“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

언론보도

제목 [20190222] 강남 1타 강사에서 교육개혁 전도사로 변신…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 2019-07-09

 

[Weekend Interview] 강남 1타 강사에서 

교육개혁 전도사로 변신…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

大入학종이 창의적인 인재 육성?
`낭만적인 거짓말` 깨러 왔습니다

내신평가에 국가가 참여하는 `한국형 바칼로레아` 고민할 때

  • 김희래 기자
  • 입력 : 2019.02.22 17:08:20   수정 : 2019.02.22 20:40:36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사무실에서 자신이 발행하고 있는 교육 전문 잡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사진설명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사무실에서 자신이 발행하고 있는 교육 전문 잡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We all lie… we laugh and easily lie… Alright, it`s a… it`s faker"(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해. 우리는 웃으며 쉽게 거짓말을 해. 맞아, 이건 사기꾼이야). 

최근 종영한 드라마 `SKY캐슬`의 주제곡은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속삭인다. 

`SKY캐슬`은 입시 코디, 시험지 빼돌리기, 경쟁 학생 청부 살해 등 광적인 대한민국 입시 경쟁을 극적으로 그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듣는 이에 따라 감상이 다르겠지만 이 노랫말에서 각별한 감상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권에서 수능 사회탐구영역 `1타 강사`로 활약하던 이현 전 스카이에듀 대표강사(55)다.
2014년 돌연 사교육업계를 떠난 그는 이듬해 비영리단체인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을 맡아 현재는 교육정책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해 정시 확대를 주장한 이 소장은 한국 대입 시스템에는 `낭만적 거짓말`이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창의적 교육` `미래형 인재 육성` 등 언뜻 달콤하게 들리는 각종 거짓말이 대입제도를 교란해 한국의 `SKY캐슬`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한국의 대입제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교육업계에서는 조합 가능한 대입 전형 방법이 3000가지에 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학생들은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는 입시 컨설턴트 감독하에 `기록되기 위한 삶`을 위해 휘청거리고 있다. 

이 소장은 "현장 감각이 거세된 자칭 교육전문가들이 장밋빛 대입정책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면서 현장의 병폐가 심화하고 있다"며 "특히 드라마 `SKY캐슬`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는 기형적인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고등학교 과정에서 공부한 과목들을 수능을 통해 평가하고 변별하는 것이 정말 나쁜 것인지, 교과 외 활동 중심 정성평가가 갖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학원가로 실어 나르는 픽업 차량들로 대로변이 분주해지기 시작한 어느 오후. 우리교육연구소 사무실에서 이 소장을 만나 한국 입시시장의 `낭만적 거짓말`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스타 강사에서 돌연 교육정책 연구가로 변신했다. 이유가 있나. 

▷사실 교육 분야에는 공립 중학교 교사로 발을 들여놓았다. 1988년도에 처음 교직을 발령받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곳저곳에 빚을 지게 됐는데 재정적 부담을 버텨내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1994년 말 경제적 궁핍을 이기지 못하고 사교육 강사를 시작했다. 이후 20년 넘게 사교육업계에 있으면서 인기도 얻고 경제적인 성공도 거뒀지만 마음 한편에 자리한 공교육에 대한 부채의식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문득 `이제는 공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어딘가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다시 학교 현장으로 가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원 강사 시절 소득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 수준이었는데 아쉽지는 않았나. 

▷어릴 적부터 우리나라 교육이 바르게 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입제도를 디자인하는 입장에서 드라마 `SKY캐슬`을 바라보는 심정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부모들이 광적으로 자녀 대학 입시에 매달리는 현실. 돈, 네트워크, 정보 등을 총동원해서 경쟁 우위에 서려고 하는 부모와 아이들의 모습. 심지어는 자녀의 내신 성적까지 조작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입시 풍토를 잘 그려냈다. 특히 배우 김서형 씨가 연기한 입시 코디는 우리 입시제도가 당면한 문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사실 입시 열풍은 최근 들어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과거 1970∼1980년대를 돌이켜보면 당시 대학 등록금이 40만∼50만원 수준이었지만 과목당 100만∼200만원짜리 개인 과외를 시키는 부모들이 많았다. 전두환정부가 과외를 금지했을 때도 대학생들 사이에 `몰래바이트(몰래 하는 과외 아르바이트)`란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사교육이 기승을 부렸다. 입시 과열과 사교육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거 부모 역할은 유명한 강사의 비싼 수업을, 가능하면 여러 과목을 붙여주는 데까지였다. 아무리 비싼 사교육을 시켜도 공부는 학생들이 하는 것이었고 시험도 학생들이 직접 치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입시 코디의 의미는 뭔가. 

▷입시 코디는 단순히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과외 선생 역할에서 그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코디네이터다. 고액을 받고 학생생활기록부상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세부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기재 사항이 풍부하고 훌륭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대입을 위한 서류를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내신 성적 관리까지 종합적으로 학생을 케어한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록이 결국 학생 대입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입시 코디는 수시 비율이 80% 가까이 늘고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크게 확대된 현 입시 현실이 만들어낸 것이다. 


―집안 배경이 대입을 결정한다는 말에 동의하나. 

▷그렇다. 과거에는 시험 성적이 대입 합격·불합격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코디가 조언하고 설계한 대로 만들어진 기록이 대입을 결정한다. 시험은 어찌 됐건 학생 본인이 보는 것이다. 공부에 따른 성취는 결국 본인이 일궈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록은 부모 재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학생 본인과 관계없이 부모가 대학을 보내줄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하지만 그 `기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적다. 대학에서 그 기록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드라마 속 입시 코디이고, 현실에서는 학종 컨설턴트다. 강남 대치동에는 생애 컨설팅까지 해주겠다는 업체가 즐비하다. 

―결국 현재 대입제도에서 학종이 문제라는 건가. 

▷학종은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입학사정관이 평가하고 면접관의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부에 내신 성적, 수상 기록 같은 정량적인 지표를 제외하면 주관적인 기록만 남는다.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같은 기재 항목이 모두 주관적인 내용으로 채워진다. 이 주관적인 서류를 입학사정관이 또 주관적으로 평가한다. 주관적인 서류를 가지고 주관적으로 평가해서 대입 합격·불합격을 가리는 제도가 학종이다. 

―주관적인 기록이라고 단정할 수 있나. 

▷교사는 학생들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학생부를 작성하기 어렵다. 한 교실에 학생이 30∼40명이라고 했을 때 교사 입장에서는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고 평가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 교사 한 명이 모든 학생에 대해 수업시간에 어떤 태도였고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행동 특성을 보였는지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대입 실적과 관련한 일선 학교의 관행이다. 예를 들어 고3 학생이 300명이라고 했을 때 학교에서는 상위 30명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학생부 기록상 윤색이나 과장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고, 같은 맥락에서 `교내 대회 수상 실적 몰아주기`도 나타나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한국 사회의 온정주의다. 유별나게 비양심적인 교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생부를 부정적으로 기록했을 때 제자의 앞길이 막힌다면 어떤 교사가 학생부를 나쁘게 쓸 수 있겠는가. 교사의 양심 문제를 떠나서 학생부 기록이 대학 합격의 자료가 되는 순간 학생부에는 객관적인 교육 자료가 기술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학에는 과장된 학생부나 자기소개서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있지 않나. 

▷대학이 정말 공정하게 학생들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오래 고민해 봤다. 결론은 "무척 회의적이다"였다. 학종 관련 자기소개서는 5000자, 그 밖에 검토해야 할 서류는 A4 용지 기준 20∼30장에 달한다. 이런 막대한 양의 서류를 꼼꼼히 다면적으로 평가하려면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나. 2017학년도 서울시내 모 사립대를 예로 들면 전임 입학사정관 수는 15명, 위촉사정관이라 불리는 비전임 입학사정관은 60명이었다. 당시 학종 지원자는 약 1만3000명이었는데, 이 대학의 학종 전형기간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30일이었으니까 결국 입학사정관 1명당 하루에 5.7명을 평가해야 했다. 그런데 한 학생을 입학사정관 1명이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입학사정관 3명이 한 학생의 서류를 중복 검토한다고 가정하면 입학사정관 1명당 하루에 17명 이상을 평가해야 한다. 일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 학생에 대해 입학사정관이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도 안 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학생이 주체가 아닌 부모가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현행 대학입시를 비판하던 이현 소장이 대학입시 관련 서적들이 쌓여 있는 책상에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사진설명학생이 주체가 아닌 부모가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현행 대학입시를 비판하던 이현 소장이 대학입시 관련 서적들이 쌓여 있는 책상에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그래도 대학마다 서류를 필터링하는 기준이 있지 않겠나. 

▷실제로 많은 대학은 입학사정관이 서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많은 서류를 걸러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서류 평가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셈이다. 문제는 어떤 학생들의 서류가 `입학사정관이 평가하기도 전에 걸러진다는 것`인데, 이렇게 걸러내는 기준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서를 내는 학생들은 자신의 서류가 검토되지도 않고 걸러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학생들에게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학생들은 그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 피땀을 쏟았는데 자신이 불합격해도 그 이유를 모른다. 서류 평가가 깜깜이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학 입학처장이나 입학사정관을 통한 입시 청탁 같은 의혹도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입시 비리가 벌어지고 말고와 상관없이 정부가 만든 입시 제도에 비리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문제다. 

―학종의 문제점이 크다고 해도 여전히 수시 중 학생부 교과전형의 비율(약 40%)이 가장 크다. 

▷맞는 말이다. 전체 대학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 하지만 수험생 대부분이 선망하는 상위 10개 대학에서는 학생부 교과전형 선발을 아예 하지 않는 곳이 많고 선발한다고 해도 비율이 극히 미미하다. 반면 학종 선발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고교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기 때문에 고교 정상화 효과가 있다. 또 학교가 달라도 내신 성적 자체로 평가받기 때문에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 서열화를 완화하는 기능도 있다. 실제로 서울과 지방 등 일반고 학생에게 유리한 전형은 학생부 교과전형뿐이다. 

―자연스럽게 수능 비율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수능 비율을 확대하자는 말인가. 

▷수능을 확대하면 안 되나?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대학에서 필요한 지식을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 수업시간이 주당 34시간인데 그중 28시간이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수능 과목 공부다. 이들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평가한 것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 만일 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대학에서는 쓸데없는 것이라면 바뀌어야 할 것은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교과서인 것이다. 수능을 `입시 위주 교육=악`으로 치부해버리면 도대체 학생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인가. 

―수능의 오지선다형 포맷은 구시대적 평가 방법으로 단순암기식 학습을 낳는다는 지적이 있다. 

▷수능을 확대하자고 하면 `단순암기식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며 호들갑을 떠는 분이 많다. `수능=구시대적 교육`이라는 프레임이 너무 일반화됐다. 그러나 정말 그런지는 좀 더 면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수능에 암기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나. 국어영역 문법 문항을 제외하고는 없다. 만약 단순 암기로 수능이 해결된다면 사교육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무작정 외우면 되는데 누가 비싼 돈 들여 학원을 보내겠나. 

―오지선다형 객관식 수능이 갖는 한계는 없나. 

▷물론 있다. 객관식은 학생들이 개념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추론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는 잘 보여주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간 사고력과 그 표현력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현행 수능을 유지하면서도 `논술형 수능`을 일부 도입해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델로는 제시문에 기초한 논술시험을 들 수 있다. 제시문 `가·나·다·라·마`를 주고 제시문 각각의 논점을 비교·분류하게 하는 것이다.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다)를 비판하시오` 같은 문제를 만들면 된다. 

―현행 수능으로는 학생의 창의성을 키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요즘 교육계에는 `창의적 미래 역량`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같은 수식어만 앞에 붙이면 모든 게 설명되고 정당화되는 경향이 있다. 우선 수능과 창의력 교육을 연관 짓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창의력은 대입 시험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으로 키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 내용을 어떻게 바꿀지, 교육 내용, 수업 방식 등을 어떻게 바꿀지를 먼저 고민하는 게 맞다. 

―이 소장님이 생각하는 교육과 창의성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격언 중에 `미켈란젤로는 위대한 예술가이기 이전에 위대한 기술자였다`는 말이 있다. 나무망치, 끌, 쇠줄을 가지고 5~10년 같은 작업을 반복해 정교한 조각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이 있어야 그 위에서 위대한 예술도 탄생한다는 말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초를 쌓아주는 게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수능을 확대하면 사교육이 득세할 것이란 지적에는 어떻게 답변하시겠나. 

▷10여 년 전 대입에서 수능 비중은 60~70%에 달했지만 지금 20%대까지 떨어졌다. 만약 수능이 사교육의 주범이라면 사교육비가 감소했어야 말이 된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국민 1인당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최소한 수능이 사교육의 주범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른 통계를 보면 지난 6~7년간 학종 비중은 계속 증가해왔다. 학종이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라고는 말 못하지만 적어도 사교육비를 경감시키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건 팩트다. 수능 확대에 대해 얘기하면 `자칭 교육전문가`라는 분들은 사교육비 확대부터 걱정한다. 최소한의 데이터도 보지 않은 것이다. 

―사교육비 문제에서 학종이 갖는 특징은 없나. 

▷사실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우리나라에선 사교육을 잡기 어렵다고 본다. 대학 서열을 중심으로 자신의 사회적 계층이 결정되는 구조가 견고한 환경에서 어떤 부모인들 자기 자식에게 투자를 안 하겠나. 다만 학종의 문제는 `특별한 사교육`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서민은 접근하기 어려운 `입시 코디`가 대표적 예다. 반면 수능은 상대적으로 학생 대부분이 양질의 사교육에 접근할 기회가 열려 있다. EBS 강의나 스타강사 강의를 강남에 와야만 들을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정시 확대 요구가 커지자 지난해 교육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부가 정시 비율로 30%를 제시하면서 단기적으로 미봉은 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단서를 달아놓아 실질적으로는 현행 대비 1~2%포인트 정도 확대에 그칠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학종 지지자와 정시 지지자 모두에게 욕 먹는 상황이 됐다. 정시·수시 비율 문제는 조만간 또 터질 것으로 전망한다. 

―대입제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하나. 

▷지금 정부 차원에서 정시·수시 비율을 직접적으로 얘기하긴 어려운 여건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서도 안 된다. 단기적으로 교육부가 해야 하는 일은 상위 대학의 지난 5년치 입시 결과에 대한 특별감사다. 특히 학종 전형 프로세스가 실제로 어떤지, 불합리한 부분은 없었는지, 부정이 있었는지, 부정의 가능성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학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덮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다른 대학에서 학종을 유지하더라도 투명한 관리 시스템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중·장기적인 복안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현행 객관식 수능에 추가적으로 `논술형 수능`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고등학교 교육과정도 토론·논술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다. 다만 논술형 수능이 갑작스럽게 도입되면 교육 현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논술형 수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적어도 3년 정도는 논술형 수능에 대비하는 수업이 진행되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내신 평가 방식을 학교 평가와 국가 평가로 이원화하는 방안이다. 내신은 학생이 교육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유의미한 지표다. 그렇다고 내신 비중을 무작정 확대하면 학교별 학력 격차에서 오는 형평성 문제, 교내 과열 경쟁 문제 등이 예상된다. 이 경우 평가 주체를 학교(40%)와 국가(60%)로 이원화한다면 학교 간 학력 격차도 어느 정도 보정되면서 교내 과열 양상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중등 교육과정을 국가에서 만들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국제바칼로레아(IB)도 고등학교 졸업평가를 학교 평가(20~30%)와 IB본부 평가(70% 전 세계 통일)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자녀 교육이 남달랐을 것 같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딸이 하나 있다. 입시에서 이른바 `강남 학부모들`처럼 교육열이 높진 않았던 것 같다. 딸이 가능한 한 좋은 학교에 가기를 바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도록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일반 중학교와 일반고를 나와 동네 학원에 다니면서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학원도 본인이 원할 때만 보냈다. 나중에 재수를 하긴 했지만 꽤 좋은 학교에 들어가 꽤 좋은 기업에 취직했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딸이 입시를 치를 당시는 정시 비율이 수시에 비해 훨씬 높을 때였다. 

―끝으로 한국 교육의 근본적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말해 달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본적 문제, 근본적 처방` 등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교육의 근본적 문제를 찾는 질문이 오히려 우리 교육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문제`라는 추상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문제, 전문대 문제, 인문계고 문제, 특성화고 문제 같은 구체적인 문제 상황들이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무엇`이 있어서 그것만 해결되면 모든 게 좋아질 것처럼 여기는 환원주의적 사고가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필요한 것은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각각의 구체적 해법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교육 문제 해결의 `킹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백년대계` 같은 거짓말을 하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고쳐가야 한다. 

▶▶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1988년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한 이 소장은 공립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처음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4년부터 사교육업계에서 강의를 하다 2002년 입시전문학원 스카이에듀를 설립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스타강사로 이름을 날리다 2014년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해 현재 교육정책 연구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서 대입 개편 시나리오 제작에 참여했다. 당시 이 소장은 정시를 확대하고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간 균형을 1대1대1로 맞추는 대입제도 개편안을 제안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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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 :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2/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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